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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947보스톤> 감동 실화는 맞는데 영화는 글쎄..

by 디로링 2023. 12. 5.

1. 기본정보

개봉일 : 2023년 09월 27일

장르 : 드라마, 스포츠, 시대극

감독 : 강제규

출연 : 하정우, 임시완, 배성우, 김상호 등

상영 시간 : 108분

1947년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하여 마라톤 영웅 손기정과 남승룡 그리고 그들의 제자 서윤복이 그리는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이다. 

2. 줄거리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 1위 자리에 올랐던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일제강점기시절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달렸기에 시상식에서는 애국가가 아닌 기미가요가 울려 퍼졌다. 시상대에서 화분으로 가슴에 단 일장기를 가렸던 그는 민족의 영웅이 됨과 동시에 일제의 탄압으로 더 이상 마라톤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광복 이후 1947년 서울에서는 작은 키와 짧은 다리를 가졌지만 마라톤에 재능이 있는 청년 서윤복이 제1회 손기정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한 대회에서 술에 취한 채 대충대충 시상을 하는 손기정을 본 서윤복은 그에게 크게 실망하게 된다. 마라톤을 좋아하고 재능도 있었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그에게는 마라톤보다는 배달로 인해 버는 돈이 더 중요했다. 한편 손기정도 제자들을 양성하여 다가오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려고 하지만 이제 막 독립을 한 작은 나라 한국이 참가하기 위해서는 초청장이 필요했다. 다행히 손기정은 올림픽에 같이 참가해 인연이 있던 존 켈리를 생각해 내고 편지를 써 초청장을 얻는 데까지는 성공하게 되었지만 또 다른 난관이 존재했다. 난민이나 마찬가지인 한국인들 미국에 가기 위해서는 세 사람의 재정 보증인과 보증금 2,000달러(한화 9백만원)이 필요했던 것. 그리고 보스턴 마라톤에 나가기 위한 선수도 마땅치 않아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던 중 길에서 미군과 시비가 붙어 악바리처럼 싸우는 윤복의 모습을 보게 되고, 그가 자신의 대회에서 1등을 한 선수라는 것을 알아본 손기정을 그에게 선수를 할 것을 제안했지만 먹고살기 바쁘단 이유로 거절하는 윤복. 남승룡의 끈질긴 설득 덕분이었을까 언젠가부터 훈련에 합류하게 된 서윤복은 단연 촉망받는 선수였고 손기정과 남승룡은 서윤복을 데리고 보스턴으로 가기로 결정하게 된다. 그렇게 전 국민의 응원 속에 보스턴 마라톤 대회 출정식까지 열리게 되었지만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그들에게는 입국금지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지게 되었고,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려는 순간 국민들에 의해 작은 기적이 일어나게 되는데..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들어가게 된 세 사람. 하지만 또 다시 마주한 시련. 미 군정 선수이기 때문에 성조기를 가슴에 달고 뛰어야 한다는 대회 주최 측. 일제강점기의 설움을 당했던 손기정과 남승룡은 또다시 같은 아픔을 겪을 수 없었기에 대회를 포기할 생각까지 하지만, 서윤복은 지금까지의 노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돌아갈 수 없다고 맞선다. 

 

3. 감상평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의 보스톤 마라톤 대회 출전을 위한 여정은 SBS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굉장히 크다. 우선 연출에 있어서 과함 감동을 이끌어내려는 부분이 보여서 거부감이 들었고 내가 알고 있는 역사와는 다른 부분이 나와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영화의 스토리를 위해서 역사 왜곡을 했다는 것. 특히 한국인이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이 필요했고 출정식에서 미 군정의 반대로 대회에 나갈 수 없음을 발표하자 국민들이 서윤복을 마라톤 대회에 내보내기 위하여 십시일반 돈을 모으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은 실제로 서윤복이 마라톤 대회에 나갈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이 미 군정청의 미국인들이라고 한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그들을 미국으로 보낸 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이 아닌 미 군정청 직원들이었던 것인데 영화에서는 오히려 이들의 반대로 대회 출전이 좌절될 위기에 놓인 것처럼 묘사되어 있었다.

 또한 미국에 도착하여 미 군정의 선수이니 성조기를 달고 출전해야 한다는 점도 반은 맞고 반을 틀린 사실이다. 실제로 서윤복은 성조기가 달린 유니폼을 입기는 했지만, 성조기만 달려있는 것이 아닌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부착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에 보스턴 마라톤 주최 측과 아무런 갈등이 없었고, 심지어는 시상식에서 태극기만 부탁된 유니폼을 착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한다. 

 아무리 스토리 상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가 역사 왜곡을 하여 만들어졌다는 점이 굉장히 씁쓸한 부분이다. 실제 이야기 자체가 감동적인데 굳이 이런 억지 장면을 넣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하다.